떠나버린 뮤즈에게 _2022_한지에 에칭, 콜라그래프, 실크스크린, 캔버스에 콜라쥬_72.7x 60.6cm 

늦여름초미풍 _2022_한지에 드라이포인트, 콜라그래프,, 캔버스에 콜라쥬_72.7x 60.6cm 

마이너리티 변주곡 _2022_한지에 에칭,실크스크린, 캔버스에 콜라쥬_60.6x 72.7cm 

녹색고민 _2022_한지에 에칭, 콜라그래프, 실크스크린, 캔버스에 콜라쥬_60.6x 72.7cm 

인디언 섬머 _2022_한지에 드라이포인트, 콜라그래프,실크스크린,캔버스에 콜라주_72.7x 60.6cm 

우기 이사_2022_한지에 실크스크린, 콜라그래프,드라이포인트, 캔버스에 콜라쥬_72.7x 60.6cm 

벚꽃여행(outside) _2022_한지에 실크스크린, 캔버스에 콜라주_80.3x 80.3cm 

작업실 벚꽃(inside) _2022_한지에 실크스크린, 캔버스에 콜라주_80.3x 80.3cm 

여우비여우볕#1_2022_콜라그래프_71x 53cm 

여우비여우볕#2_2022_콜라그래프_71x 53cm

_초록눈 안녕 ( farewell to green eyes)_2021_한지에 에칭, 아쿼틴트, 판화지에 콜라주

유채꽃 잡념_2022_에칭, 아쿼틴트_39.3x 54.5cm 

초겨울 벚꽃 #1, #2, #3_2021_hand-colored 실크스크린_70x 50cm

너와 나의 거리_2022_한지에 실크스크린, 캔버스에 콜라주_65.1x 45.5cm 

쌓이는 그림들-어제의 날씨_2022_한지에 실크스크린, 콜라그래프, 캔버스에 콜라주_162x 112.1cm 

_silent lullaby_2022_에칭, 아쿼틴트_30x 56cm

밝았던 4월밤_2022_콜라그래프 모노타입_51x 71cm

어제의 날씨
1.Keep Calm and Carry On .
 최근 일년간 나는 꽤나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냈다.
소심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을 가진 나로서는 감당하기 힘들만큼 여러가지 일들을 해결해가면서 놀라고 우울하고 슬프다가 갑자기 스스로에게 애틋하기도 하고 주변사람들에게 고맙고 미안하기도 한 혼란스러운 감정과 함께 나는 십여 년 전 머물었던 런던에서 받은 인상을 떠올리곤 했다. 주룩주룩 비가 내리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뜨겁게 해가 내리쬐기를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하는 그 곳에서 늘 유모차를 끌고 돌아다니던 삼십 대 초반의 나는, 비가 오나 해가 뜨나 언제나 당혹스럽다고 느꼈다.  어느 날 주변을 둘러보니,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가혹한 날씨의 변덕에 전혀 개의치 않고 씩씩하게 갈 길을 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의 태도가 부럽게 느껴졌다.

나에게 닥친 일들은 인생에서 누구나 다들 겪는 것들, 모두가 용감하게 대면하면서 그들의 길을 가는 것이리라.   순간적으로 변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지긋지긋하게 지속되기도 하는 마치 날씨 와도 같은 것,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더위는 물러가고 춥고 긴 겨울은 어김없이 또 찾아오겠지. 비가 와도 그칠 것이고, 지금 내가 이 장대비를 세차게 맞는다 한 들, 결국 해는 뜨고 상쾌한 바람도 불 것이다.나는 그렇게 십여 년 전 이방인으로서 느꼈던 런던 시절 그 감정을 되살려가면서 궂은 날씨와 같은 이 시기를 그들처럼 별것아닌 듯, 받아들이면서 버티고 헤쳐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온도와 습도, 햇빛과 바람과 같은 조건에 따라 성장하거나 시들어버리기도 하고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맺고, 계절의 흐름을 타고 변화하다 낙엽이 되고 썩어서 흙이 되는 풀과 꽃들처럼, 그렇게 오늘 이 순간의 날씨에 실망하거나, 좌절하고 당황하지 말자.
시작은 그랬다. 지금 이 순간의 날씨, 바로 오늘의 날씨..
그것은 극복해야 할 조건일 수도 있지만, 결국 나 혼자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다 같이 받아들이고 있는 바로 지금 현재의 순간이 좌절하지 말고 계획대로 전진하는 용감하고 대범한 태도가 나에게 필요한 것이 아닌가. 
2. Print & Collage
나에게 판을 만들고 찍는 것은 일상의 경험과도 같이 반복되면서도 매순간 다르게 느껴지는 것을 의미한다. 판도 조금씩 변화하고, 판을 다루는 나의 감성과 태도도 마찬가지다. 같으면서도 다른 것이 나에게는 판화라는 매체가 주는 의미이다. 마치 주관적인 날씨처럼.
찍어 놓은 판화들을 하나하나 오려내고 새로운 평면에 붙이는 과정은 스스로의 일상생활과 습관에 대한 기록과 반성, 그리고 평가나 일단락에 비유할 수 있을 듯하다. 어느 지점에서 잘라낼 것인가, 그리고 서로 다른 단편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조합하여 스토리텔링을 할 것인가, 많은 생각과 계획이 따르지만, 결국 작업이 완성되는 그 순간은 즉흥적이고 우연적이면서도, ‘아차’ 해도 돌이킬 수 없는 결단력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 과정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하면서도 늘 두렵고 설레는 순간이고, 마치 당장 지금 오늘의 날씨를 맞이하고 대처하는 것처럼 고군분투의 현장이기도 하다.
3. 어제의 날씨
그렇게 휘몰아치는 작업이 완성되는 순간 어떤 경우에는 아쉬움이, 또 어떤 경우에는 희열이 느껴지지만 결국 그 순간은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된각자의 과거를 발판삼아 가던 길을 가야만 한다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글을 쓰는 이 순간, “오늘의 날씨” 로 시작했던 모든 작업에 “어제의 날씨” 라는 과거형을 붙여주고 앞으로 또 걸어가기로 했고, 고통스러웠던 모든 순간들이 과거형이 되면 아름다워지듯, 그렇게 좋은 기억으로 남겨두기로 한다.

4. 마무리를 시작하며
비가 오락가락 습도가 높은 얼마전 작업실 바로 옆 구멍가게 평상에 늘상 앉아있는 할머니들이 부채질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짧은 한마디가 귀에 들어왔다.
비 오면 뭐 그냥 내일 가~ “
이것은 또 무언가, 잠시 멈추고 기다린다는 것, 내가 과거의 낯선 그곳에서 동경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태도와는 상반된 것이었다. 험난한 조건들이 나에게 도전한다면 그것에 맞서 헤쳐가는것,,, 아니면 그냥 지나갈 때 까지 맘 편히 기다리는 것.. 과연 40대 후반이 되어버린 나는 어떤 용기 아니면 내공과 여유를 가질 수 있을런지.  정답은 잘 모르겠다.  앞으로 다가올, 얼마나 길고 험난하고 변화 무쌍할 지 모르는 삶을 나는 과연 어떤 태도를 가지고 맞이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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