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감은 일정한 식물계 안의 모든 식물을 채집하여 그 형상, 생태 따위를 그림으로 그리고 설명을 붙인 책이다. 식물의 아름다움이나 생명력, 상상력 등을 배제한 채 객관적인 지식이나, 정보를 분석 전달하려는 목적을 가진 도식화 자료라는 측면에서 식물도감의 각 페이지는 나에게 매우 아이러니하면서도 매력적인 소재로 느껴졌다. 어쩌면 현대 사회의 언론이나 뉴스들처럼 객관성을 앞으로 내세운 소통의 은유일 수도 있고, 자연적인 현상과 연속적인 삶의 방식들을 인위적으로 규정하는 지식의 표상일수도 있다. 이러한 식물도감의 각 페이지를 에칭으로 옮겼고, 얇은 한지에 찍은 이미지들을 오리고 다른 페이지의 에칭에 덧붙이는 과정을 반복하여 설명적 단위들이 서로 간섭하고 영향을 주어 변화하는 메커니즘으로 보여지도록 하였다. 이로 인해 생겨나는 새로운 이미지는, 객관적이라고 여겨지는 자료들이 개인의 주관적 해석과 만나, 또 다른 의미를 생성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2014 작가노트 중)
........."또 다른 시리즈 between the pages는 식물도감을 나열한 것으로 각각의 이미지를 오려내고 다른 페이지에 덧붙이는 과정을 반복하여 페이지가 넘어가는 듯한 상황을 연출한다. 정보 전달을 위해 객관적으로 구분 지어진 보편 타당한 근거를 갖는 표상이 작가의 시각을 거치면서 또 다른 기호화로 갖는 성질은 생각을 동일화 함과 동시에 이질화 되는 사고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 작가가 사물의 형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일정하지 않고 폭넓은 것으로 매일 일상적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미묘한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형성으로 표현한다. 미시적인 것을 확대해 보거나 동물의 무늬를 해체 재구축해 형상과 배경간의 관계를 확인해 보는 행위로 객관적인 성질에 의문을 갖고 나름의 시각으로 해석하며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무엇이다 라는 정의 없이 자신의 심리성이 들어간 일련의 상황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상상력을 자극 하고 소통 시키고 있는 것이다. " (신희원, 갤러리 도올 큐레이터)